요즘 스니커즈씬 재미없어
2022-05-01 17:49스니커즈 씬이 예전 같지 않다. 너도 나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설레지도, 흥분되는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나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어느새 너무 커져버린 이 스니커씬의 명과 암 한번 둘러볼 때가 되었다. 뭐가 문제일까? 파훼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글에 실린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의 시점에서 하는 이야기이니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소통하자.
1. 드랍이 너무 많아… 피곤해…
나의 일상부터 적어보겠다. 아침 9시 출근을 한다. 출근 전 아디다스에서 선착 발매가 있다면 무한 풍차 바람을 맞으면서 출근을 하고 실패를 맛본다. 출근 후 오전 10시 나코 기습 드랍을 대기하며 나이키 코리아 신상품 전체보기를 10시에 맞춰 클릭한다. 어찌나들 빨리 사는지, 손쓸 새도 없이 다 털려 나가고, 또 다시 패배감에 젖는다. 드로우 제품이 있다면 넣어주고, 11시 얄미운 미당첨 문자를 받고 홧김에 크림을 켜보지만, 크림은 다운되어 있다. 다 똑 같은 생각이니까.
하루동안 울린 럭드 발매글...
세개의 앱이라고 생각하고
x3이라고 생각하면…몇번 울린겨…
12시 점심먹고 쉬려는데, 카톡방에 링크가 올라온다. 덩크 발매란다. 오 또고래네? 응모를 넣어보자. 대연 / 윈윈 / 은광 / 대산 / 현대백화점 / 카시나 / 웍스아웃 등등… 이름모를 계열사들의 매장의 구글폼이 올라온다. 역시나 내가 보고 들어가면 터져 있다. 응모 링크를 쏴주는 어플이 세개씩 가입되어 있지만, 가장 먼저 쏴 주는 어플을 키고 들어가도 터져있다. 약 10분간의 새로고침 끝에 들어갔는지 모를 응모를 넣는다. 아 구글 폼은 미당첨 문자도 안 주기 때문에, 언젠가 울릴 문자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스니커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들어간다. 당첨 인증글은 얼마나 많은지, 부러울 따름이고, 오늘도 내 것이 없음을 운의 탓으로 돌리며 패배한다. 하지만 풋락커 30분 기습 MS 폼은 못참지~ 또 돌아오지 않을 내 개인정보만 주구장창 넣고 문자를 기다린다. 누가 당첨이나 되는 것일까? 주위에는 아무도 당첨되지 않지만, 인터넷 상에는 당첨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도 업자들이 쓸어갔다며 내 자신을 위안하고 크림을 킨다.
생각보다 저렴한데? 라는 비겁한 생각과 함께 비딩을 넣었다~뺐다 결국 구매를 포기한다. 스니커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내가 즐기는 스니커즈는 나에게 패배감만 줄 뿐이다.
드랍이 너무 많다. 별거 아닌 제품도 응모를 넣고, 패배의 한숨을 쉬어야 한다. 초심자의 행운 같은 운을 믿어보며 매장을 가도, 내가 원하는 제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매장입장에서 가장 탈이 안 나고 말도 안 나오는 발매 방식이긴 하겠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감이 없지 않나…?나도 돈 좋아하고, 리셀하고, 신발도 좋아한다고 자부하지만, 요즘 발매가 너무 많다. 따라가기 벅찰 정도… 즐길 틈이 없다. 코로나 이후로는 좀 바뀔까?
2. 시장의 파이는 커졌는데… 결국 될놈될
스니커즈가 대중화되었다. 정말로. 이제는 길거리를 걷다보면 서로가 서로의 신발이 무엇인지 다 알아볼 정도니까 말이다. “오? 이신발 뭐야?” 가 아니라 “오? 어디서 당첨됐어?” 의 시대다. 이말의 진의는 다 신는 신발만 신는다는 뜻이기도 하지. 다 비슷한 취향인 것일까? 아니 되는 놈만 신는거다. 개성을 뽐내기 위해 특별한 신발을 찾지만, 결국엔 다 똑~같은 신발을 신고 있다.
시장의 파이는 정말 커진 것이 체감되지만, 보이는 신발들은 다 그 놈이 그 놈이다. 저렇게 많이 보이는데 내가 정가에 살 방도가 없다는게 한탄스러운 뿐이다. 그렇다고 ‘나이키 비주류 신발을 신어야 진정한 스니커헤드지!’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뽑아내고 마케팅을 타겟팅 하는 신발이 너무 좁다는 뜻이다. 나이키의 가장 인상깊었던 2019년 구슬아이스크림이 빼곡히 들어찬 ‘조이라이드’이후 나이키에서 기억에 남는 마케팅은 없는 것 같다.
이지는 한물갔고, 뉴발란스는 떠오르지만, 327, 57/40, 237, XC-72 등 매력적인 신발들이 빛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트랜드가 트랜드라고 해도, 유독 요즘 트랜드라고 불리는 것들이 없는 요즘, 이게 트랜드 탓인지 브랜드 탓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한다. 잘 팔리는 것만 힘주고, 잘 안 팔리는 것에는 힘을 빼는 것이 시장논리에 당연하지만… 좋아하는 문화가 한쪽으로만 굴러가는 것에는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
인스타에 보이는 네온사인 덕지덕지 달린 인스타 맛집이 넘쳐나는 것 같은 느낌…?
3. 신발 구하기가 너무 쉬워졌어…
라고 한다고 꼰대라고 하면 안 된다. 그런 뜻이 아니니까. 내가 어려웠으니까 너네도 어려워야해!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신발을 구하는 모든 과정이 획일화되었고, 재미가 없어졌다. 여튼 모든 신발을 위한 활동이 재밌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밌을 구석이 없어진 것 같다. 사람 냄새라며 에눌을 요구하던 진상도, 쿨거래라며 다짜고짜 돈부터 내밀던 사람, 직거래 당일 잠수를 타던 ㄱㅅㄲ도 사라졌다. 앱을 키고 그저 사고 팔 뿐이다. 편해졌지만, 재미는 없지. 물론 앱에서 서로 1000원 싸움을 하는 그런…재미도 있으나, 스트레스로 더 다가오는 것 같다.
물론 돈 버는 것은 너무너무 재밌는 일이지만, 그 재미 속에서 있던 소소한 무엇인가가 사라졌다. 처음 만난 아저씨랑 한시간동안 신발 이야기하면서 담배 필 일도 없어졌다. 연예인을 만나 직거래한 레전드 썰도 더 이상은 보기 힘든 일이 되었다. 반드시 필요한 절차는 아니지만, 뭔가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4. 아재들이~ / 요즘 것들은…
옛날 신발들이 레트로 된다는 뉴스를 적으면 항상 달리는 댓글이다. 아재들이 좋아할 만한 신발이다. 아재들이~ 아재들만~ 왜 서로를 인정하려 안 하는지 모르겠으나, 저런 댓글을 보면 슬플 뿐이다. 누굴 인정해라 라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존중하지 않는 것은 문화에 백해무익할 뿐이다.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주는 것은 안되는 것일까? 이런 괜한 양극화(?)에 문화는 점점 파괴된다. 어떠한 신발도 어떤 계층이나, 계급, 나이, 성별을 타겟하며 디자인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지.
5. 신발은 곧 자산!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이다. 신발이 이제는 자산이 되었다. 대중화를 넘어 자산이 되었고, 돈놀이 수단이 되었다. 나쁜 것이 아니라, 이제 너무 치우쳐져 버렸다. 누군가에게는 일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놓친 돈이 되었다. 안타깝다. 전세계적인 트랜드이고, 이 인식이 쉽게 바뀔 리는 없을 것이라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파훼법도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더 열심히 해서 매력적인 신발을 많이 풀어내면, 이런 문화가 없어질까? 음 그것도 한정판이 될텐데? 사람들은 만인의 범고래보다, 나만의 범고래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그 범고래를 내가 많이 가져서 팔아서 돈을 남기는 것을 더 좋아하지… 이건 예전에도 있었던 거고, 시장이 터 커졌을 뿐이다.
스니커씬은 재미가 없어졌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리셀러가 되어야 재미있을까….? 돈 놀이는 재미없다…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다. 많은 댓글로 해법을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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