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어
2021-10-30 00:28MZ와 XY
글을 쓰면서 항상 답을 내릴 수 없어서 답답하다. 하지만 이번 주제도 내가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커뮤니티라는 것은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세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100만이 넘는 네이버 카페 ‘나이키 매니아’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제 신발을 알게 된 10대부터, 은둔의 고수 50~60대까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한 주제 ‘신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왔을 것이다. 물론 카페를 실질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20~40대의 형님들이 주였겠지만 말이다.
나이키 매니아 닷컴이라는 자체 사이트도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긴… 나도 잘 모른다. 워낙 폐쇄적이고 1세대 형님 누님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여하튼 ‘나이키 매니아’는 신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그 시점부터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일련의 사태로 나이키 매니아가 큰 소동에 휘말렸던 적이 있다. 카페의 회원들은 분노했고, 저마다 쌓아왔던 분노를 표출했다. 나도 열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카페라…좀…아쉽긴 한데… 지금은 정상적으로 다시 돌아간 듯하다. 여하튼 그 분노가 터지는 가운데, 서로를 향해서 날선 비판을 하는 회원들을 보면서, 매번 같은 주제로 서로 이야기를 하지만,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던 그 이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었다.
일명 아재라고 불리는 형님들과 젊은 친구들의 날선 다툼이랄까?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아니 따질 수도 없지… 그래도 인신공격성의 비판들은 좀 너무했다
엣헴 신발을 알고 사야지! VS 그게 뭔데…
당신이 신발을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직 하입? 아니면 이뻐서? 아님 둘 다? 어떤 것에 무게를 두고 사는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소비는 그 사람의 몫이니까. 서로 강요할 필요는 없다.
XY 세대 형님들은 신발의 배경과 역사에 조금 더 중점을 맞추고 사는 경우가 있다. Air Max BW 가 공홈에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제품이 우리 땐 먹어줬는데… 내 첫 스니커즈인데…라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MZ 세대는 내가 MZ 세대의 끝자락이라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주관보다는 휩쓸린 소비를 한다. 이 신발이 하입인가? 리셀이 되는가? 좀 알아주나…? 아 좀 공격적인 워딩이라 무섭긴 하지만. 여하튼 소비하는 패턴이 XY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스니커즈의 역사?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신발이던 제품이던 이쁜 것을 사고 소비하는 것은 소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물론 역사를 알게 되어 더 애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
누가 신었는데? 조던? VS GD
1985년 농구화로 시작된 조던은 2021년이 되면서 라이프 스타일 스니커즈로 영역이 바뀌었다. 코트 위를 지배하던 조던은 점차 길거리로 나오게 되었고, 이 엄청난 제품들은 연예인들의 눈에 띄어 무대 위로 자리를 바꾸었다.
XY는 화질 구린 ESPN을 보며 조던이 투박한 유니폼을 입고 실제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던 세대이다. 가까이 가면 네모난 픽셀이 보이는 브라운관 TV를 통해 조던이 신은 신발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신발에 입맛만 다신다. MZ는 LCD 모니터로 멋진 착장을 한 연예인이 조던을 신고 나온 모습을 보며, 흥미를 느끼고 검색한다. 그리고 입맛을 다신다.
둘 다 입맛을 다시는 것은 똑같지만, 정보와 제품을 접하게 되는 주체가 전혀 다르다. 조던이 신던 것을 보던 세대와, 연예인들이 신발을 신던 것을 보고 소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조던 시리즈는 조던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조던이 신고 있는 것을 보는 것과 연예인이 신고 있는 것은 의미부터 다르다.
오프라인 줄서기 vs 인스타그램 줄서기
줄 서기는 피곤하다. 겨울에 발매하는 제품이면 정말 최악이지.
발매 전날부터 밤을 새우며 신발을 기다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앞뒤 사람과 커피를 나누며, 자리를 지켜주며 세웠던 도원결의는 캠핑 이후 같이 식사를 하고, 친구가 생기기도 했지. MZ도 역시 줄은 서봤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나, 구글폼에 더 익숙할걸? 물론 XY가 구글폼을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훨씬 더 긴 구력을 가지고 줄을 서왔다. 그래서 그만큼 오프의 추억을 외치는 것이겠지.
줄 좀 서봤다고 유세 부리는 것이 아니다. 발매를 접하는 경로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주먹구구식에서 조금은 세련되어진듯하기도 하다. 여하튼 XY와 MZ는 스니커즈 발매를 접하는 것이 많이 다르다.
와디 형과 우리의 차이?
얼마 전 와디 형과 BGZT_Lab 2코엑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지나가며 줄줄줄 신발에 관련된 스토리를 읊는 그 모습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신발이 발매한 당시를 지나온 세대와 그 이후 신발을 시청각 자료로 받아들인 세대의 차이랄까?
발매 당시의 기억이 모두 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더 텐 제품을 보고 어디서든 설명을 할 수 있는 이유 아닐까? 더 텐을 가지려고 조던 홍대에 줄 서고, 홍대 스니커즈에 줄 서고, 온라인 응모, 해외 선착 도전을 했던 기억들? 당시의 집착이 그 신발에 대한 스토리를 읊을 수 있는 우리를 만들었다.
와디 형의 중고등학교에는 지금과는 다르지만 그런 시절들이 있었을 것이다. 프라그먼트가 일본에서 해외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과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프라그먼트를 보고 같은 요망한 번개를 말하지만, 서로 느껴지는 바가 다른 느낌! 그 느낌 뭔지 알지?
발매 당시의 상황을 알고 있던 것과, 이후에 누군가에 의해 들어서 알게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MZ와 XY를 나누는 것은 사회 학자들이 멈춰달라고 한다. 쓸모없는 고정관념만 생기니까. 그런데 신발 판은 지금 그 세대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mz 세대가 신발을 알기 전부터 신발 문화를 즐기던 세대에서 세대가 바뀌고 있다. 신발을 대하는 애티튜드와 직접 겪은 경험이 다르니 서로의 워딩은 같을 수 있지만, 받는 것이 전혀 다르다. 그리고 언젠간 지금 MZ라 불리는 사람들도 나이가 들고 뭐 다음 세대한테 할 말이 많아질걸? 세대는 계속 변할 것이다. 요즘 즐기는 스니커 헤즈들의 기간이 너무 길었을 뿐, 또 변할 것이다.
서로 다툴 필요도 없다. 서로의 길을 가면 되니까
에어 조던도 농구화에서 라이프 스타일 스니커즈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신발을 대하는 태도도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