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조던 3가 위대한 조던 시리즈인 이유
2021-10-04 23:10오늘 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앱 스트랙트 - 디자인의 미학 시즌 1, 2화>를 함께 보시면 재밌습니다.
당신에게 최고의 조던 넘버링은 몇 번인가? 1번? 3번? 4번? 6번? 11번? 각자 다른 대답들이 나오겠지만, 지금 2021년에는 아마 1번에 대한 답이 가장 많지 않을까? 그러나 역사적으로 최고의 조던 넘버링은 3번으로 꼽힌다. 왜? 시작이 끝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써 보았다.
많은 스니커 팬들이 Air Jordan 1시리즈에 열광한다. 1985년 데뷔한 이 조던 1은 첫 시작은 아울렛에 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가장 사랑받은 조던 시리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흔히 넘버링이라고 하는 조던 시리즈들은 나이키의 기술이 하나씩 덧붙여서 만들어졌으며, 당대의 스니커 디자인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카탈로그처럼 여겨진다.
요즘 조던 1이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가장 위대한 조던 시리즈는 아니라고 한다. 그럼 조던 2? 그러기엔 임팩트가 너무 부족하고, 아마 오늘 소개할 에어 조던 3가 많은 국내외 스니커 팬들에게 최고의 조던 시리즈로 꼽히는 이유는 그 시작에 있다. 최초의 완성형 조던으로 불리는 에어 조던 3 조금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이유가 있다.
전설의 시작이자 끝 조던의 회의 현장을 보자
피터 무어와 골프를 치며 나이키를 떠나 함께 새로운 브랜드로 떠나자는 설득을 당한 조던은 조던 3 프로토타입 회의 현장에 4시간이나 늦게 도착한다. 긴장감이 맴도는 회의 현장, 나이키의 CEO 필 나이트는 차기 에어 조던 3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미드컷이 좋다고 했던 거 기억나요? 미드컷 농구화는 아무도 시도 안 했던 거지만, 당신의 요구대로 만들었습니다. 새 운동화도 신자마자 이미 완벽하게 길이 들어서, 느낌이 편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하죠? 이 제품은 진짜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었어요 필요한 부분은 보강했지만 이 제품을 신어보면 가죽 장갑 끼듯이 발에 착 맞을 겁니다. 그리고 농구화에 쓰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재료를 쓰고 싶다고 했죠? 이게 바로 코끼리 무늬 가죽이에요.”
- 팅커 햇필드와 조던 만남중에서 <앱 스트랙트 2화 ‘팅커 햇필드’>
팅커가 조던에게 프로토타입 에어조던 3를 소개하며 했던 말은 물론 저것보다 많았겠지만, 대어로 불리는 조던을 놓치지 않기 위한 나이키의 노력과 팅커의 조던을 향한 디자인은 조던의 마음을 굳힌다. 나이키에 남기로. 뭐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여기까지이니..
사실 오늘 할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조던의 마음을 굳혔고, 나이키는 NBA에서 가장 위대한 농구화를 계속해서 만들게 되었다. 그 위대한 서사를 쓰게 한 에어 조던 3는 가장 위대한 조던이라는 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렇게 끝나면 좀 아쉽고… 사설을 덧붙여 보자.
현재 스니커씬에서의 에어 조던 1의 평가와 80년대의 평가는 많이 빗나갔던 의견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지금에서는 완성된 스니커즈의 결정체로 평가되고 있는 에어 조던 1은 당시에는 형편없다는 평가를 대중에게서 듣기도 했고, 에어 조던 2는 그나마 나아졌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뭐 당시 대중들의 눈에는 에어 조던이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조던 또한 에어 조던 2의 처참한 실패 이후 초기의 에어 조던 제품에 큰 실망을 하고 나이키를 떠나길 희망했고, 당시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의 경영진과 필 나이트는 차기 에어 조던 3의 디자인을 팅커 햇필드에게 맡겼다.
팅커 햇필드는 당시 조던이 얼마나 나이키에게 중요한 존재인지도 몰랐다고 회상하여, 이미 밀릴 대로 밀려버린 다른 스니커즈 제작 과정과 잦은 아시아 출장의 피로를 말하며, 에어 맥스 1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창의력인 디자인과 선수에게 걸맞는 농구화를 만들겠다는 집념을 더해 최초의 완성형 조던이라고 불리는 에어 조던 3를 탄생 시킨다.
조던 만을 위해 제작된 것을 나타내 주는 에어 조던의 마크가 설포에 붙었고, 에어 맥스 1에서 보여주었던 비저블 에어의 접목, 그리고 디자인을 완성시켜주는 코끼리 무늬 가죽 그리고 장갑처럼 발에 착 맞는 부드러움을 선사하는 풀 그레인 가죽까지 모든 것은 조던을 향해서 디자인된 신발임에 분명하다.
조던의 포지션은 슈팅가드였다. 지금은 좀 다르지만, 당시 슈팅가드는 공수전환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어야 하며, 팀에서 가장 공을 오래 만지고 활동적이어야 하는 포지션이었다. 발목 부상에 크게 발목 잡혔었던, 조던에게는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하이컷의 농구화보다는 미드컷의 농구화를 더 원했던 것 같다.
이처럼 조던을 위해 소재, 디자인, 하이컷에서 미드컷의 변화까지 거친 더 조던 특화된 에어조던 3를 신고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며 올해의 수비선수상, 슬램덩크 콘테스트 우승을 한다. 당시 슬램덩크 콘테스트 우승을 기념하며 2018년 에어 조던 3 “덩크 콘테스트”를 발매하기도 하고… (지금은 우주를 걷고 있다.)
또한 당시 에어 조던 3 “화이트 시멘트” 모델은 시즌 87/88 시즌 NBA에서 간간이 모습을 비췄지만, “블랙 시멘트” 모델은 NBA 올스타 게임에서만 유일하게 착용했다. 이후 다양한 컬러의 에어조던 3가 나왔지만 “블랙 시멘트”를 신은 조던의 모습은 NBA의 유니폼 규정 때문인지 코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은 사람들에게 블랙 시멘트 모델에 대한 열망을 갖게 만들었다.
루키에서 스타로 발돋음 하는 조던과 함께 에어 조던 3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길이길이 회자되는 영화와 스포츠 두 문화의 아이콘이 함께했던 스파이크 리와의 에어 조던 3의 TV 광고는 당시에도 엄청난 파장을 낳았고, 에어 조던이 미국 내 최고의 신발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필 나이트는 지금까지도 당시의 팅커 햇필드가 나이키를 구했다고 평가한다. 필 나이트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루키에서 전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하는 그해 그의 발에는 에어 조던 3가 신겨져 있었고, 에어 조던 3를 신고 날아올랐다.
에어조던 3는 에어조던 시리즈의 시작은 아니었지만, 조던 시리즈를 대중적으로 만들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한 스니커즈의 시작이다. 조던을 동경하는 사람은 에어조던 3를 신고 플레이했으며 조던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에어조던 3가 나온 87/88 시즌은 스코티 피펜과의 첫 경기를 뛴 시즌이었고, 조던 왕조의 시작을 알리는 필 잭슨 코치의 첫 부임해였으며, 조던의 첫 MVP , 올해의 수비상, 다양한 활약을 보여준 한 시즌이었습니다. 루키였던 조던에게 왕조의 시작을 알리는 조던의 활약에 수많은 에어조던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뒤축의 점프 멘, 스우시 로고에 대해 말이 많지만, 이런 역사를 보면 최근에 나왔던 스우시 마크가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988년 첫 발매 이후 1994년, 2001년 뒤축에 나이키 마크를 단 채로 레트로되었고 그 후 2008년 DMP 팩과 2011년 레트로에서는 점프맨 마크, 가장 최근 레트로 되었던 2018년 버전에서는 2001년 이후 17년 만의 스우시 마크까지 우리는 보게 되었다. 조던 넘버링에서 스우시는 귀하다.
누가 뭐래도 지금 최고의 조던은 에어 조던 1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어디 가서 뭔가 아는척하고 싶다면, 최고의 조던을 조던 3로 꼽아라. 그럼 당신은 스니커 역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 물론 본인 맘에 최고의 조던은 다른 것일 수도 있지~
설명이 부족할 순 있지만, 조던의 마음을 돌리고 조던이 나이키에 남게 만들었다는 스토리 만으로 에어 조던 3의 위대함을 말하기엔 충분한 것 같다. 언젠가 통 큰 바지가 다시 유행이 오는 날이 온다면, 또 조던 3가 빛을 볼 날이 오겠지…
여러분이 뽑는 가장 최고의 조던 넘버링을 댓글로 남겨달라 함께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