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의 뒤를 캐보자
2022-02-13 19:51판다 포스…로 시작된 당지 덩크 시리즈 소개
판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영물 중에 하나다. 의류, 식품, 마스코트 할 것 없이, 판다는 중국을 상징하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얼마전 언제나 처럼 발매뉴스를 쓰다보니 ‘판다’ 테마를 가진 에어 포스 1 미드 제품을 보게 되었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하는 제품이겠거니… 라고 생각했는데, 아웃솔의 “エアフォース 1”/ ”에어포스 1”이라는 일본어가 자리하고 있었다. 글을 다 쓰고 난 뒤, 조금씩 검색해보았는데, 이 판다 생각보다 사연 많은 녀석이었다.
시간은 2008년, 약 14년전으로 돌아간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문화의 절정기는 끝나지 않았고, 나이키는 일본 별주 모델들을 일본에 뿌리기 시작했다. 구글에 일본 별주 덩크라는 검색어를 치면 거의 모든 글의 링크가 2000년대 초반으로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이키/아디다스/푸마 할 것 없이, 수많은 일본 별주 모델들이 쏟아졌고 옆나라의 이런 별주 모델들의 발매에 당시 구매대행업자들은 행복의 비명을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2008년에도 역시 일본에서 또 하나의 별주 덩크 시리즈가 발매하는데, 그게 바로 당지(当地)덩크 시리즈이다.
당지라고 하면 좀 어감이 어색하나, 현지라고 하면 더 느낌이 확 사는 것 같다. 4가지 도시를 모티브로 제작되는 덩크 시리즈의 출발은 5월의 나고야에서 시작되었다. ‘황금빛 잉어에서 모티브를 찾은’,,,이라고 간단하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 제품은 일본의 성을 지키는 수호신 ‘샤치호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오래된 성들의 지붕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샤치호코’는 나고야성의 것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해태’정도 급의 상상속의 동물이라고 보면 된다.
금빛 영물을 온 몸으로 표현하면서, 힐 카운터 측면에 비늘 하나가 빠진 기믹을 표현하는 Nike SB의 유머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고풍스런 느낌의 나무로 된 스패셜 박스와 컨셉은 변태 같을 정도로 무섭다. 5월의 나고야 현지 나이키 매장 (아마도 0티어급…) 에서 극 소량으로 발매된 탓에 지금봐도 부담스러운 저 금색 잉어킹은 700달러가 넘는 금액에 거래가 되고 있다.
5월의 황금빛 발매가 끝난 뒤, 6월에는 후쿠오카에서 두번째 덩크 시리즈가 발매된다. 축제의 도시라 불리는 후쿠오카에서는 매년 다양한 전통적인 축제가 열리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ㅏ카타 기온 야마카사’라는 축제이다. 700년 이상 이어져온 축제로 가마에 화려한 장식들 달아 후쿠오카 시내 곳곳에 전시하고, 나중엔 가마에 올라타 시내를 힘껏 내달리는… 국내에선 좀 생소한 방식의 축제이지만, 일본 전통의 축제이니까… 자 여튼 덩크는 화려한 가마의 다양한 컬러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축제를 장식하는 가마를 그대로 표현한 이 덩크는 전체가 페이턴트 레더로 어퍼가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 전통 문양에서 흔히 볼수 있는 물보라를 표현한 패턴과 아웃솔의 화살 무늬가 인상적이다. 국내에선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서울 빛 초롱 축제를 모티브로…한지로 만든 제품이 나오면 괜찮지 않을까…? 아 이미 만들고있나…?
무더운 일본의 7월, 당지 덩크 시리즈의 목적지는 도쿄였다. 도쿄야 뭐… 많이 가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본 사람들에게 판다가 왜 중요한지만 설명하면 될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랑스러움의 상징이기도 한 판다는 일본에서 특히나 열광받는 존재라고 한다. 처음으로 일본 우에노 동물원에 판다가 등장했을 때, 일본인들은 열광했고, ‘환상 속 동물’이라고 부르며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우에노 판다를 보러 줄을 섰다. 일본 관동 지방에서 유일하게 판다를 볼 수 있는 우에노 동물원에는 판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줄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팬덤도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우에노 팬더를 그대로 표현한 어퍼와 판다를 가두는 우리를 표현한 철장 형태의 스패셜 패키지… 수량도 적고, 컨셉도 좋고, 명작이다… 아 참고로 판다의 털은 생각보다… 뻣뻣하다고 한다. 오히려 송치가죽이 더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라구…
우에노 덩크에 이어 당지 덩크는 이제 오사카로 간다. 나고야와 상당히 가깝긴 하지만, 쨋든 오사카의 명소 도톤보리 그 자체에서 모티브를 찾았다. 먹을 것이 정말 많은 오사카 도톤보리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엄청난 간판들과 오브제들을 찾을 수 있다. 그중 가장 상징적이고 오래된 “쿠이다오레”라는 캐릭터는 본래가게는 폐업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까지도 항상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아마 도톤보리 덩크라고 더 잘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쿠이다오레’를 표현한 어퍼 패턴과 컬러웨이 그리고 사실 오사카는 타코야끼로…유명하다. 다니는 길목마다 가장 쉽게 볼수 있는 것이 타코야끼 가게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욱 상징적인 느낌일수도 있겠다. 힐카운터 측면의 문어 캐릭터…너무 탐난다. 국내는 붕어빵으로 한번…
한달마다 발매된 당지덩크는 당시 큰 인기를 모았고, 현지의 영물 오브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만큼 제품들은 그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었다. 인솔에는 각 현지의 지도들이 그려져 있었고, 컨셉을 잘 살린 스패셜 패키지는 지금도 탐이 난다.
7년뒤. 2015년 3월 우에노 판다가 덩크 로우로 다시 돌아왔으나, GS 사이즈로만 출시되며, 그냥 저냥 지나가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덩크 유행도 아니었고…물론 지금 나온다면 저 검은색 흰색 덩크 로우를 말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또 7년이 흐른 2022년 우리는 또 살아 돌아온 ‘우에노 판다’를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에어 포스로 달라진 실루엣으로 약간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판다 녀석의 따뜻한 털과 스우시 모양 눈동자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반가울 따름이다. 송치가죽을 사용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포스는 덩크 로우의 소재를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도톰한 플리스 소재로 귀여운 판다를 잘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안쪽과 바깥쪽의 스우시 형태가 다른 것은 좀 이례적인 것이다. 해외 주요 매체에서는 아시아 한정발매를 예상하고 있으며, 아마도 이전처럼… 일본에서만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또 7년이 흐르면 ‘우에노 판다’를 또 만날 수 있을까?
국내에서는 해태를 테마로한… 스톤 그레이 컬러 덩크 제품을 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