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우리가 만났던 10개의 마스터피스
2022-09-18 11:41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7년 9월 우리는 지금까지 본 적 없던 협업을 만났었다.
단순히 1개의 신발 협업이 아닌 마치 한 명품 브랜드의 시즌 컬렉션이 떠오르는 10종의 스니커즈 협업 바로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THE TEN” 컬렉션이다.
버질 아블로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나이키와 함께 성장하여 지금 협업을 할 수 있던 것처럼 모든 분야에는 기성세대가 배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젊은 세대가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번 협업을 통해 다시 한번 나이키의 역사와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미래의 누군가가 더 큰 무언가를 가져올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중점으로 두었다고 “The Ten” 컬렉션에 대해 설명했다.
“Ten Icons Reconstructed”라는 타이틀과 함께 자신이 나이키가 지닌 유산 중 10개의 아이콘을 선정했고 이를 재구성하는 것이 “The Ten” 컬렉션의 핵심 테마였다.
그리고 선정한 10개의 아이콘을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누었고, 두 그룹은 바로 “REVEALING”과 “GHOSTING”이다.
REVEALING
- 에어 조던 1
- 에어 맥스 90
- 에어 프레스토
- 에어 베이퍼 맥스
- 블레이저 미드
REVEALING은 신발이 지닌 근본적인 디자인 미학은 유지하면서 해체주의적 요소를 반영한 그룹이다. 버질 아블로는 신발 디자인에서 핸드메이드적인 요소를 넣고 싶어하였고 그 결과 보다 과장된 스우시, 드러나는 내부 스폰지와 같은 디테일이 탄생하였다.
에어 조던 1 : 찬란한 유산이자 스니커즈의 성배 그리고 사람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신발
에어 맥스 90 : 더욱 커진 에어 유닛이 우리를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만든 신발
에어 프레스토 :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그리고 현대적으로 표현한 누구나 편하게 신는 신발
에어 베이퍼맥스 : 에어의 경이로운 미래를 시작한 신발
블레이저 미드 : 유행이라는 것에 속박되지 않는 영향력을 지닌 신발
GHOSTING
- 척 테일러
- 줌 플라이 SP
- 에어 포스 1 로우
- 하이퍼 덩크 2017
- 에어 맥스 97
GHOSTING은 단순히 신발의 색만 바꾸는 협업이 아닌 신발의 근본적인 실루엣으로 돌아가 반투명한 레이어를 덧대고 오프화이트 특유의 텍스트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흰색과 검은색을 활용한 심플하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담았다.
컨버스 척 테일러 : 저항을 상징한 가장 원초적인 신발
줌 플라이 :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는 역학의 정수를 담은 신발
에어 포스 1 로우 : 하나의 문화를 대표하는 경쟁력을 표현한 신발
하이퍼 덩크 2017 : 에너지 그리고 임팩트, 혁신의 게임 체인저
에어 맥스 97 : 가장 아름다운 윤곽선을 지닌 패션의 아이콘
버질 아블로가 1990년대에서 가져온 영감을 통해 나이키의 10 가지 아이콘을 재구성하면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한 도구는 바로 X-ACTO 나이프.
프라모델을 하거나, 미술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트 나이프라는 단어로 좀 더 익숙한 도구인데, 2016년 10월 나이키와 첫 번째 미팅에서 버질 아블로는 눈 앞에 있던 에어 포스 1 로우 블랙을 X-ACTO 나이프로 해체하고 다시 만들면서 마커를 활용해 레터링을 새기면서 “The Ten” 컬렉션의 초석을 다듬었다.
그는 10개월이란 시간에 10개의 신발을 완성했고 이는 나이키가 진행한 협업 중 가장 빠르게 완료한 협업 중 하나라고 한다. 아이디어 구상은 3시간 만에 끝났지만 디자인과 반복 작업에는 2~3일씩 걸렸다고 하는데, 하나의 신발이 만들어지기 까지 수많은 디자인 세션이 진행되는 걸 감안하면 10개월에 10개의 신발을 완성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작업 속도였다고 생각된다.
2019년 MCA 시카고 그리고 현재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Figures of Speech’ 전시회에서 “The Ten”이 되지 못한 샘플들의 모습들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보이는 일부 수량만 봐도 버질 아블로가 얼마나 많은 작업량을 단시간에 진행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또 하나의 “The Ten” 컬렉션이 있는데, 바로 프라그먼트 디자인 후지와라 히로시의 “The Ten” 컬렉션이다.
컴플렉스 콘에서 제프 스테이플이 호스트로 진행했던 ‘The Art of Collab’ 세션에 게스트로 참여한 후지와라 히로시는 “The Ten” 컬렉션의 최초 구상 컨셉이 버질 아블로와 후지와라 히로시의 대결이였다고 설명했다.
후지와라 히로시는 자신의 “The Ten” 컬렉션 중 일부 스니커즈를 공개했는데 자신이 직접 착용하고 있던 삼중 벨크로가 적용되고 측면 스우시를 제거한 에어 포스 1 하이, 에어 프레스토의 이너 부티를 재구성하여 적용한 에어 포스 1 로우, 플라이 와이어를 적용한 코르테즈, ACG 스타일의 에어 맥스 1을 선보였다.
그리고 후지와라 히로시만 착용했던 에어 조던 3 샘플 또한 “The Ten” 컬렉션 중 하나였다고 스니커 마니아들은 짐작하고 있다.
물론 이후에 실제로 프라그먼트 디자인의 에어 조던 3가 발매되었지만 샘플 모델 만큼의 임팩트를 주진 못한 것 같다.
후지와라 히로시는 자신의 “The Ten” 컬렉션이 언젠가 미래에 나올 수 있다고도 말을 전했다.
다시 버질 아블로의 “The Ten” 컬렉션으로 돌아가자면, “The Ten” 컬렉션 이전의 협업은 단순히 색놀이에 지나지 않았다고 느껴질만큼 협업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정의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실제로 그는 “The Ten” 컬렉션 이후 오프화이트의 수장을 넘어 루이비통의 멘즈 아티스틱 디렉터를 겸업했으며, 루이비통과 나이키의 협업 에어 포스 1까지 이뤄내는 수많은 성과를 달성한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였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아쉽게도 버질 아블로는 더이상 세상에 없지만, 다시금 누군가가 버질 아블로의 뒤를 이어 세상에 새로운 협업을 선보이는 날이 다가오길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