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여기에도 있다...
2022-08-19 21:26틀니 압수
스니커즈 씬 아니, 현재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세대차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트랜드에 민감하고 변화무쌍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패션업계 그 중에서도 스니커즈 씬은 오죽할까. 필자는 현재 네이버의 스니커즈 커뮤니티 카페에서 운영진을 맡고 있다.
매일 매일 서로를 향한 인신공격, 비방을 처벌(?)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있는데, 아주 곤욕이다.
이번 글에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물씬 묻어나는 글이 될 것이다. 글을 읽다가 아닌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서로를 비방하는 일은 철저하게 비방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잘못이나, 요즘 스니커씬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이 알 수 없는 세대 차이의 간극을 파해져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 글을 다 읽었을 때, 당신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즘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라 써 내려가본다.
나 따위의 능력으로는 이 갈등을 풀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자고… 왜 이런 갈등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ARABOZA
필자는 92년생이다. MZ 세대도 아니고… 뭔가 애매하게 끼여 있는 세대인지라… 여러모로 나름 중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세대인 것 같다.
이제부터 서술하는 글에 다른 브랜드 신발들도 등장하지만, MZ 세대들을 가장 설득할 수 있는 브랜드, 모두를 이해 시킬 수 있는 브랜드는 아무래도 나이키이기 때문에
나이키에 집중되어 이야기하는 점 양해 부탁! (사실 MZ라는말도 극혐…)
1. 대중 문화부터…
머리 아픈 이야기이지만, 분명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구구절절 글을 시작한다.
한국만 생각해보면, 뼈 아픈 역사이지만 한국의 대중 문화는 일제 강점기인 1910년 조금씩 이 땅에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자본주의적 발전이 이뤄지고 일본에서 현대적인 매스 미디어가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하지. 음악을 시작으로 1930년에는 도시를 중심으로 “모던 보이, 모던 걸” 이라는 유행어가 등장하며 점차 패션 쪽의 유행도 시작된 것 같고, 해방 후에는 전쟁을 거쳐 친미,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정서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대중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70년대 히피 문화, 90년대이후 Y2K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있지. 후 한문단만 정리해서 썼을 뿐인데, 벌써 머리가 지끈하다…
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대중 문화 속 아주 작은 카테고리로 신발이 존재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신발들이 등장하는 시기는 80년대 중 후반이다. 일명 ‘미국 물’이라고 하지.
미군들을 위한 방송 AFKN이 대한민국에 보여준 영상들은 조던의 등장과 맞물려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80년대 중후반, 마이클 조던 옹이 등장하고 농구화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르까프, 아티스, 타이거, 리복, 프로스펙스를 신을 때! 조던을 신는 응팔 속 류준열 같은 사람들은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80/90년대 조던 그리고 나이키를 신는다는 것은 지금과 전혀 다른 의미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감수성 많은 형님들은 지금 아재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우리(?)들을 커뮤니티에서 만난거지. 그리고 여기서부터 세대차이가 발생하는데….
2. 너네 근본이 뭔지 알아? 근본론의 전파
커뮤니티에 첫 입성을 했던 것이 2010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당시 커뮤니티엔 신발에 정통한 형님들께서 써주시는 글을 읽으며 스니커즈에 입문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분들부터, 구매력이 넘사벽 수준이었던 형님들의 길고 긴 칼럼 형식의 글은 조던을 실제로 본적도 없지만 그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몇 없지만 그 당시엔 정말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았지…)
그리고 소위 스니커즈 ‘근본론’이라는 개념이 나에게도 점차 젖어 들고 있었다. 근본 컬러웨이, 근본 실루엣, 근본 박스, 근본 000 이게 가스라이팅인가? 실제로 그 당시 커뮤니티를 하면서 실제 내 주관은 많이 사라졌던 것 같다. 커뮤니티 속 형들이 이쁘다는 게 이뻐 보였고, 그것을 따라 샀고, 그들과 같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80년대 90년대 스니커즈 문화의 태동과 2000년대 초반 SB 덩크의 초기 전개과정까지 본 그 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목격담은 나를 신발 세상으로 빨아들이기 충분했으나, 스니커즈 가치 형성에는 조금 악영향이었던 것 같다. 나만의 취향은 없고 그들에게 휩쓸리는 상황이 생긴거지. 왜냐? 대새는 형님들이었으니까.
3. 누가 스니커헤드야?
구글에 Sneakerhead를 검색해보면, Someone who really like shoes and sneakers 라는 말로 정의한다. 간단한 영어이니 해석해보면 진짜 신발이나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누군가 = 스니커헤드 라고 한다. 그냥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 이거면 충분할듯? 신발에 진심인게 아니라 그냥 신발 좋아하는 사람~
드디어 2020년들어 스니커 문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전 글 들에서 살짝 말했던 것 처럼. 스니커즈를 각자 목적에 맡게 영위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돈을 위하던, 멋을 위하던, 수집을 위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이제 근본론이 슬슬 깨지기 시작하는데, 대표적인 제품으로 하나 꼽아보자면 이 제품이 아닐까 싶다. 근본도 아닌게, 무슨… 미드는 안돼~ 라고 하던 형님들의 예상이 무참히 짓밟혔다. 대중들은 ‘근본 / 스니커헤드’ 그딴 것 모른다. 아니 알 필요 없다. 그냥 이쁜 것을 즐기는 거니까.
처음부터 신발을 진심으로 즐겨오던 사람들과 이제 막 유입된 사람들의 흐름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이쁘면 장땡이지 무슨 근본이야~ 그리고 그 중간에서 필자 같은 사람들. (억눌려 있던?) 사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거봐 이쁘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근본도 아닌 저런 걸 누가 신어! 구려!” 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4. 갈등의 심화
점차 씬은 새로운 세력들에 의해 기울기 시작했고, 각종 커뮤니티는 억눌려왔던 젊은 매니아들에 의해 조금씩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억눌려왔다는 그 증거는… 당시 국내 최대 스니커즈 커뮤니티였던 나이키 매니아가 KREAM 매니아로 바뀌던 순간, 모든 것이 터져 나왔다. 사진은 생략하도록 하지. 당시의 상황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고,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었어?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비방은 격렬했다.
한 커뮤니티가 터지면서 모든 속마음이 잠시 해방되었을 때, 그 분노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그 당시 나온 ‘나매아재룩’ 이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지금까지도 스니커즈 갈등의 가장 큰 밈으로 사용되고 있다. (근데 그 룩은 당시 다 입던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이제 필자가 쓰는 글들의 댓글에서도 그 영향력이 미치기 시작했는데, 오래전 나왔던 신발의 복각 소식이나, 지금은 씬에서 약간은 밀려난 실루엣의 스니커즈 이야기를 한다 치면, 바로 댓글로 아재들이 환장하는 신발이라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분단의 역사인 것 마냥 가슴이 저며오는 것 같다. (근데 조던 1은 그런 댓글 안달리더라?)
5. 이해
서론에서 대중 문화에 대해 살짝 이야기했는데, 결국 지금 이 갈등도 대중 문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자, 가수들로 예시를 들어보자. 최근 15주년을 맞이해 컴백한 소녀시대. 소녀시대가 데뷔한 시기는 2007년이다. 아직 대한민국에 반윤희 패션이 존재하던 그 시기. 소녀시대는 데뷔했고, 대한민국에서 레전드 걸그룹이 되었다. 내는 음반마다 1위를 밥 먹듯이 찍었고, 그녀들이 입고 나오는 패션은 무조건 트랜드가되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그녀들이 다시 컴백했을 때, 그때의 영광은 조금 희미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위에는 뉴진스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고, 블랙핑크가 컴백해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뉴진스나 블랙핑크, 에스파보다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니지. 15년전 그녀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걸그룹들이 있다. 그 전으로 가면 SES, 핑클까지 가야하니… 여기까지.
15년전 그녀들을 보았던 사람들은 지금도 소녀시대의 컴백에 설레임을 느낀다. 누구에게는 한물 간 가수 일수도, ‘그냥 예능 나오는 사람들이 원래는 가수였구나…’ 정도 일 수 있겠지만, 그들을 실제로 겪었던 사람들에겐 소녀시대가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이 이해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1위 음악만 듣는 사람들은 걸그룹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인 것일까? 그럼 그들에게 그 15년 전 음악이 ‘근본’임을 설파해야 할까? 15년전의 추억을 다시 나온 소녀시대음악으로 즐기다가 가끔씩 요즘 1위하는 음악도 들어보면서 요즘 트랜드는 이런 거구나 하면 되는거지.
그럼 그 위대함을 모르는 것은 걸그룹을 즐길 이유가 없다는 증거일까? 그것 또한 아니다. 그냥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그 문화를 영위하면 된다. 지금 나오는 트랜드 음악들을 본인 취향대로 즐기면 된다. 15년전 레전드 걸그룹이라는 사람들이 궁금하면 한번 씩 들어도 보는거고…
지금으로부터 15년뒤, 남아있는 걸그룹은 누가 있을까…? 뉴진스도 언젠가 원로 아이돌 대우를 받으며 힐링 예능에 출연하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
가수와 음악으로 빗대어본 스니커씬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소녀시대를 아재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뉴진스, 블랙핑크 같은 가수들은 최신 트랜드 아이템으로 변환해 읽어보면 분명 이해가 될 것이다.
6 .스니커즈 침체기 그리고 남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
지금 대한민국의 스니커씬은 냄비처럼 끓어올랐다가 상당한 침체기를 맞이해 있다. 경제 위기나 뭐 물가 상승 이런 요인도 있지만, 더 이상 사람들은 신발의 발매 소식 또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좋아요와 댓글을 누르지 않는다. 그냥 패션 아이템이었고 재밌는 이야기들은 모두 소진되었으니까. 그리고 각자 취향을 찾아가고 있으니까.
이럴 때, 소위 매니아라고 씬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은 다음 웨이브, 붐이 올 때를 대비해 재미있는 컨텐츠와 놀거리들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이런 웨이브가 왔을 때 파도를 타고 더 멀리 크게 나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모일 때, 우리 이렇게 재밌는 거 많은데 너희도 와서 같이 놀래? 가 되어야지… 갈라치기는 안된다. 주먹이 아니라 손뼉을 맞대야해.
정리
그냥 필자가 개인적으로 최근 느끼는 씬에 대한 서운함을 한번 이야기해보았다. 주저리 주저리 긴글이지만, 서로를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비방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형님들도 그리고 동생들도… 힘을 합쳐도 모자라다. 일단 싸우지 말고… 좀 그냥 있어봐… 각자 좋아하는 거 하면서!